저는 올해 마흔넷,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지만,
가끔은 제 삶이 끝나지 않는 연장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다섯 시, 알람보다 먼저 깹니다.
부엌에서 조용히 전자레인지에 어제 남은 밥을 데우고,
식탁 위엔 아직 식지 않은 걱정만 놓여 있죠.
출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면
“저게 언제 저렇게 늙었나” 싶다가도,
“그래도 오늘은 버텨보자” 하며 셔츠 깃을 세웁니다.
예전엔 야구가 제 삶의 낙이었습니다.
회식이 있어도, 비가 와도, 야구만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세상 시름이 다 사라졌고,
하얀 공이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때마다
제 가슴도 함께 뛰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늘은 야근이라 못 가네’,
‘다음 달엔 꼭 가자’
그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그 “다음 달”은 몇 해가 되었고,
야구장은 제게 하나의 기억 속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묻더군요.
“아빠, 야구장 진짜 그렇게 신나요?”
그 말이 가슴을 콕 찔렀습니다.
그 아이는 아직 한 번도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그날 밤, 저는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서
예전 사진 폴더를 열었습니다.
응원봉을 흔들며 웃던 제 얼굴,
치킨 한 조각에 행복해하던 아내,
그리고 친구들과 부딪치던 종이컵의 소리.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때의 함성 한 조각이었다는 걸요.
요즘 회사 일은 여전히 고되고, 세상은 늘 빠르게 변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습니다.
그라운드를 향해 날아오르는 공처럼,
언젠가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이요.
이번 야구장 직관 티켓 이벤트 소식을 듣고
이렇게 용기 내 사연을 적어봅니다.
사실, 이 사연을 쓰는 지금도 제 옆엔
야근 때문에 잠든 동료들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마음속엔 오랜만에 설레는 공기가 흐릅니다.
만약 행운이 제게 찾아온다면,
그 티켓은 저 혼자가 아니라
제 가족에게 작은 봄날 같은 하루가 될 겁니다.
아들은 처음으로 진짜 응원봉을 흔들며 웃을 테고,
아내는 잠시라도 걱정 대신 하늘을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저는,
그라운드의 흙 냄새 속에서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할 겁니다.
“그래, 아직 끝난 거 아니야.
우리 삶의 9회말, 역전은 남아있다.”
이상,
야구처럼, 포기하지 않고 매일을 던지는 가장 이었습니다